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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DTI 규제 완화 저금리 틈타 쌓는 국고..문 닫은 곳간에 곰팡이 슨다

[한겨레] [심층 분석] 만기 50년 국고채 발행
역대 최장 만기 국채 1조1천억 발행
10년 국채와 금리차는 불과 0.04%p
“싸게 조달했다” 정부 자축 분위기

재정 여력, OECD 회원국 최상위권
명분 좋지만 쓰지 않으면 무용지물
가계빚 사태에도 활용 방안 눈감아
IMF “남는 돈은 써야 재정 지속가능”

빚을 낼 때 유리한 조건은 뭘까? 원금은 가급적 늦게 갚고 매달 낼 이자 부담은 낮추는 것이다. 이는 돈을 갚을 능력, 즉 신용도가 높을 때 가능하다. 이런 일을 한국 정부가 해냈다. 원금 1조1천억원을 자그마치 50년 뒤에 갚으면서, 금리는 연 1.574%를 적용해 매달 15억원의 이자만 내는 조건으로 국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50년물 국채 발행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건이다. 한국 정부의 신용도가 ‘국제 인증’을 받은 셈이다.

국채 발행 담당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자축포를 쏘아올렸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내 10개 증권사 대표이사들과 함께 어울려 한국거래소에서 기념 행사를 열었다. 같은날 송언석 기재부 2차관은 “내년에는 만기 100년물 국채 발행도 했으면 하는 게 개인적 희망”이라고 말했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해 1997년 국가부도 사태를 경험한 한국 정부가 50년짜리 장기물 국채 발행에 성공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그다음이 없다. 돈을 싸게 조달할 여건을 갖춰 확 커진 재정 여력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선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떨어진 금리, 낮아진 채무 부담 “부채의 양은 늘어났지만, 가계의 상환 능력은 개선됐다.”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4년 8월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가계대출 규제를 푼 뒤 가계빚이 불어나자 이런 발언을 자주 했다. 부채 규모가 늘어도 시장 금리가 낮아진 덕택에 이자로 인한 가계 부담은 크지 않다는 뜻이다.

정부는 가계나 기업 등 민간 경제주체에는 저금리 환경을 강조해 빚을 내라고 하면서 정작 재정 운용에는 이를 활용하지 않는다. 매년 예산안이나 국가결산에는 부채의 양적 지표인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만 부각시키며 ‘재정 건전성 사수’만 외친다. 전형적인 이중잣대다.

금리와 이자부담의 비례관계를 국가채무 관리에도 적용해보면 어떨까? 그간 국가채무에 대한 인식과는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진다. 기재부가 매년 발간하는 <국채백서> 등을 보면, 국고채 평균 조달금리는 2008년(연 5.37%) 금융위기 이후 추세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2014년에는 3.02%로 연 2% 진입은 시간문제이다. 더구나 같은 기간 국고채의 평균 잔존만기는 4.85년(2008년)에서 7.11년(2014년)으로 3년 가까이 늘어났다. 잔존만기가 길어졌는데도 평균 조달금리가 떨어진 것은 저금리 환경 덕에 ‘재정 여력’이 자동으로 늘어났다는 얘기다.

국가신용등급, 왜 올랐나 저금리 시대에 불어난 재정 여력에 대한 관심은 한국 정부보다 국제 기관에서 더 높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올해 들어 독일과 한국에 재정 지출 확대를 요구하는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한국은 부채 규모로 본 기존 잣대만으로도 재정 여력이 큰 편에 속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국가채무비율은 110% 안팎이나 한국의 채무비율은 40% 수준이다.

지난해 말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에 드는 무디스가 한국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Aa3→Aa2)한 것은 한층 커진 한국의 재정 여력에 주목해서다. 무디스는 지난 2014년 금리 환경을 고려해 재정 여력 평가 방식을 보완했다. 달라진 기준 아래서 한국은 30개국 가운데 노르웨이에 이어 두번째로 재정 여력이 컸다.

무디스의 달라진 평가 방식은 2010년 국제통화기금이 제안한 모델을 발전시킨 것이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해 6월 ‘국가채무는 언제 줄여야 하는가’ 보고서를 내어 “낮은 국가채무 수준은 위기에 대비할 여력을 만들지만, 채무 축소로 투자와 성장이 희생된다면 (채무 감소로 만든) 여력은 환상에 불과하다. 재정 여력이 풍부한 나라는 (국가채무를 늘리더라도)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게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고 짚었다. 재정을 추가 투입해 경제가 성장하면 오히려 세수가 늘어난다는 취지다.

넘치는 여력, 못 쓴다는 정부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지고 취업난은 커지는 등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재정 여력을 활용하는 데 소극적이다. 재정 여력 확장의 상징인 만기 50년물 국채를 발행하며 자축포만 쏘고 있다. 만기 50년물과 10년물 국채 금리와의 스프레드(금리차)는 고작 4bp(1bp0.01%포인트)에 그쳐 돈을 싸게 조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에 제출된 ‘2017년 예산안’은 올해 예산(추가경정예산 기준)보다 지출 규모가 고작 0.5%만 더 크다. 명목 경제성장률 전망(4.1%)보다 크게 낮은 증가율이다.

유일호 부총리는 “재정은 쓸 만큼 썼다. 이제는 재정 적자를 걱정해야 한다”며 긴축 재정 운용을 강조하고, 송언석 2차관은 “곳간을 헐어 쓸 때가 아니다”라며 맞장구를 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재정 여력은 나라 곳간 안에서 쓸모없이 방치되고, 경제는 더욱 가라앉고 있다. 정부가 넉넉한 여력을 쓰지 않는 동안 가계의 빚 부담은 한계점에 이르렀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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