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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2018 부동산시장 [이건희칼럼] 아파트 가격 담합과 '보이지 않는 손'

머니S | 이건희 재테크칼럼니스트 | 입력2018.05.23 05:33 | 수정2018.05.29 13:57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올 초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사이트에 집값 담합의 뿌리를 뽑아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313명이 동의했다. 지난달 3일 방송된 MBC PD수첩 ‘누가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가’에서는 서울과 수도권지역 아파트단지 입주민들이 담합해 시세가 올라가도록 조장한 정황을 보여줬다.

방송을 보면 서울의 모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는 ‘우리 아파트는 평당 최저 5000만원은 돼야 정상’이라는 내용의 공고문이 붙었고 입주민 커뮤니티에는 집주인이 원하는 가격으로 매물을 올리자는 담합 글이 올라왔다. 낮은 가격에 나온 매물은 허위매물로 신고하고 협조하지 않는 부동산중개업소로 가는 아파트 출입문을 폐쇄하는 등 아파트 가격을 올리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했다.

업계약서를 작성해 실거래 매매가를 높이려는 경우도 늘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적발한 업계약 건수는 391건으로 전년 대비 82.7%나 늘었다. 업계약을 하면 담보대출을 더 받을 수 있고 매도할 때 양도소득세를 적게 내는 이점이 있다.

◆성행하는 아파트가격 담합

아파트 가격 담합은 최근 등장한 게 아니다. 2006년에도 부녀회를 중심으로 기승을 부렸다. 배경은 근래 상황과 비슷하다. 2001년 부동산시장이 본격적인 회복기에 들어서자 인기지역 아파트가 선도적으로 오르면서 가격이 뛰었다. 정부가 각종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면서 주택시장이 잠시 주춤했으나 2005년 수도권 5개 신도시가 6월 한달 동안 6.14% 오르는 과열 양상을 나타냈다. 더욱 강력한 8·31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배경이다. 하지만 아파트값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 올랐다. 그러면서 가격 담합도 성행했다.

2006년 7월에는 ‘실거래 및 집값담합신고센터’가 설치됐고 국토해양부는 신고된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2007년 4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적발된 집값담합 단지가 165개에 달했다. 최근과 마찬가지로 아파트 부녀회가 나서서 주변 단지와 비교해 특정가격 아래로 팔지 말자고 알리면서 담합을 이끌었다. 우리 아파트는 평당 얼마의 가치가 있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안내문을 붙이기도 했다.

이들은 유명 포털사이트와 부동산정보 제공사이트에서 자신들이 사는 곳의 장점을 홍보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자에게도 담합에 협조하기를 요구했으며 싸게 내놓은 미끼매물과 허위매물은 정리하도록 요청했다. 물건을 보러 온 사람이 높아진 호가에 계약서를 쓰면 그게 곧 시세로 굳어버리고 호가는 다시 더 올라간다면서 부추겼다.

담합이 적발된 아파트단지 부녀회는 오히려 억울해했다. 다른 아파트단지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담합해 가격이 올라서 뒤늦게 따라한 건데 우리가 걸렸다는 것이다. “같은 돈 주고 산 친구네 집값은 두배로 뛰었는데 우리 집이 그대로라면 속 쓰리지 않을 사람 누가 있겠냐”며 “차라리 정부가 적발해 우리가 담합할 수밖에 없는 심정을 전국에 알려 달라”고 항변했다.

우리 아파트가 저평가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담합에 나섰다는 변명처럼 과거나 지금이나 담합이 드러난 아파트들은 시장을 선도적으로 이끈 아파트가 아니라 대개 덜 오른 아파트다. 2006년에 적발된 집값담합 165개 아파트단지 중 강남구와 서초구는 단 한곳도 없었다. 당시 '버블 세븐'으로 불리던 지역에서는 경기 용인시 A아파트(언남동 신일 해피트리)가 유일했다.

/자료사진=뉴시스 박주성 기자
/자료사진=뉴시스 박주성 기자
◆피해의식에서 비롯된 담합

부동산시장 활황세에서 시장 분위기를 선도하는 아파트는 대부분 지역 랜드마크에 해당한다. 이런 곳에서는 주민들이 나서서 담합을 하는 게 아니라 우선적으로 들어와 살고 싶은 매수자들이 개별적으로 높게 나온 호가에도 기꺼이 매입한다.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뭉치는 담합은 다른 아파트들이 많이 오른 것에 비해 자신들의 아파트가 저평가됐다는 피해의식에서 비롯한다. 아파트 가격 담합은 아파트시장 급등의 원인이 아니라 급등의 결과로 나타난 후유증이라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덜 오른 아파트는 담합을 하지 않더라도 엇비슷한 조건의 다른 아파트만큼 오른다. 시차가 있지만 언젠가 오를 텐데 인위적으로 담합에 나서는 것은 조급함에 따른 행위다. 상승 추세에서 매수자들은 다른 아파트들의 가격이 많이 올랐을 때 비슷한 주거 여건이지만 덜 오른 아파트를 찾는다. 그러면 그 다음 매도자는 더 많은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더 높은 호가에 매물을 내놓는다. 높아진 가격으로 계약이 성사되면서 실거래 가격도 오른다. 즉 상승기라면 담합 없이도 가격은 올라가게 된다. 반대로 하락기라면 아무리 담합으로 가격을 유지시키려 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

담합은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적발해야 한다. 그러나 시장의 상승세를 유발한 주된 힘을 담합으로 보면 진단을 잘못하는 셈이다. 원인 진단이 정확해야 처방도 올바르게 내릴 수 있다. 한국의 아파트시장은 곳곳에 아파트가 많아 독과점이 이뤄지지 않는 시장이다. 독과점이 아니면 시장 전체 가격을 이끌 수 없다. 소수에 의한 담합은 국부적인 영향에 그친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가치평가, 가격평가가 이뤄지는 게 시장의 원리다.

◆시세 등락 결정하는 시장

주식시장도 비슷하다. 같은 업종 안의 비슷한 조건의 주식인데 상대적으로 주가가 싸고 덜 오른 종목이 있으면 나중에 매수세가 들어와 주가가 오르곤 한다. 매도호가에 체결되는 수량과 매수호가에 체결되는 수량의 비를 체결강도라고 한다. 매수 체결량이 매도 체결량보다 많으면, 즉 체결강도가 100%를 넘으면 매수세 우위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반대로 100%가 안되면 주가가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특정 세력이 특정 종목의 유통물량 대부분을 매집한 후 주가를 끌어올리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특정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006년에 가격 담합이 적발된 한 아파트단지는 그 이후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다. 시장에서 거래될 만한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주변 상황이 상승세가 아니라면 내 물건의 호가를 올려놓더라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 단순하게 담합으로 시세가 올라갔다고 바라보기보다는 담합이 효과를 낸 만큼 시장이 초강세였다고 판단해야 한다.

과거 필자의 지인이 신규 아파트를 구입하고 이사하면서 기존에 살던 아파트를 팔려고 내놓았는데 인기 지역임에도 2년 동안이나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부동산시장 조정기였기 때문이다. 조정기라면 담합으로 현시세보다 호가를 올리기는커녕 현시세대로 내놓아도 잘 안 팔리는 경우가 흔하다. 지인의 기회비용을 감안한다면 차라리 호가를 낮춰 빨리 처분해 현금화한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아파트값 담합이 시장 전체의 흐름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소수의 사람은 담합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담합을 주도하는 부녀회 등은 사업자나 사업자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의 처벌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에게 호가 담합을 강요하는 행위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이나 ‘공인중개사법’에서 업무방해로 규정해 처벌하는 제도화 방안을 국토교통부가 검토 중이다.

이건희 재테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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