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국토교통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스물한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지난 정부 당시 도입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대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이날 열린 '도시 공간·거주·품격3대 혁신방안' 백브리핑에서 "국민 불편이 가중하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토지보상 등 67개 행정제도의 기초자료로 사용되는 지표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20년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는 내용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했는데, 이것이 각종 부작용을 불러일으켰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집값 상승기에는 공시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국민들의 보유세 부담이 가중된 한편 집값 하락기엔 주택 실거래가가 공시가격을 뛰어넘는 역전 현상이 관찰됐다.
이전까지 통상 연 3% 수준으로 상승했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현실화 계획 도입 이후 연평균 18% 상승했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2018년 4조5000억원이던 주택분 재산세는 2022년 6조7000억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종부세는 4000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확대됐다.
현재 '부동산 가격 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부동산 공시가격이 적정가격을 반영하고 부동산의 유형·지역 등에 따른 균형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동산 시세 반영률의 목표치를 설정해야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계획을 수립할 의무도 진다. 정부는 해당 조항에 명시된 행정부의 의무 자체를 없앨 전망이다.
만약 국회에서 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국토부는 플랜B를 마련할 계획이다. 진 차관은 "당연히 법 개정 통해서 폐지해야 하지만 안 되면 임시방편으로 현재와 같이 2020년 수준으로 고정한다든지 국민 부담이 늘어나지 않겠다는 기본 방침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지난해 공시와 동일하게 2020년 수준의 현실화율(69%)을 적용해 고정했다.
진 차관은 "67개에 활용되는 부동산 공시가격이 각종 조세 부담금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 인위적인 공시가격 인상 계획을 폐지하면 재산세, 건보료 등 국민 부담이 대폭 경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를 추진한다고 바로 실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국토부는 제22대 국회 출범 이후인 오는 7~8월 개정안을 발의, 11월로 예정 내년도 공시가격 계획 확정 기한까지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일 국회에서 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올해처럼 2020년 수준으로 고정하는 등의 '플랜B'를 마련을 통해 국민 부담분 절감이라는 기본 방침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에도 지난해와 같이 2020년 수준의 현실화율(69%)을 적용했다.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납세 의무를 지는 국민에게 매우 긍정적"이라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주택가격 상승이 없더라도 공시가격 상승과 세부담이 증가하는데 세금 우려가 줄어들게 됐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시세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폐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애초에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도입된 가장 큰 이유는 주택시장 투기 심리 억제 효과가 있어서이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공시가격 현실화의 부분 개선만으로 구조 문제와 여건상 한계 등을 해결하기 어렵다"며 "목표 현실화율 하향 조정이나 목표 달성 기간 연장, 가격대별 차등 계획 폐지 등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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