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유일하게 '아파트 완판(완전 판매)' 신화를 이어온 세종시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11·3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한 데 이어 중앙행정기관 및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이전 완료로 공무원 실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선 주자의 잇단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지역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분석 결과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지난달 셋째주 이후 3주째 0%를 기록했다.
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해 11월 둘째주 이후 계속 오름세를 보이다 10주 만에 보합세로 돌아섰다. 월간 주택가격 동향을 보면 지난달 전세가 상승률이 -0.03%로, 1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떨어졌다.
세종시 주택 전세가는 2015년 9월을 기준으로 전월보다 0.08% 상승한 뒤 최대 0.70%까지 오르며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지역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해 10월 513건으로 전월(322건)보다 51% 올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뒤 438건(11월), 366건(12월)으로 급격히 줄고 있다.
세종시는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에 따라 청약조정지역에 포함된 이후 투기 수요가 한풀 꺾인 양상이다.
지난해 12월 1-1 생활권(고운동)에 분양한 아파트는 319가구 모집에 1155명이 접수해 3.6대 1로 한 자릿수 경쟁률을 보였다. 전체 9개 타입 중 3개 타입이 1순위 접수에서 미달돼 2순위 청약을 받았다.
그동안 세종시에 분양한 아파트가 수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됐던 성적과 비교하면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달 국민안전처를 끝으로 2012년 9월부터 시작된 중앙행정기관의 세종시 이전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이전기관 공무원의 실수요도 줄었다.
▲ 최근 세종시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사진은 세종시 전경.
"대선주자 공약 호재될지 지켜봐야"이런 가운데 최근 유력 대선 후보가 잇따라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완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면서 침체된 부동산 시장의 반전카드가 될 지 주목된다.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와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가 지난달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세종시를 정치·행정수도로 완성하는데 뜻을 같이 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도 전날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래창조과학부와 행정안전부까지 이른 시일 내에 이전시키겠다"고 말했다.
탄핵 정국에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최근 수도권 등 외지 투자자들의 세종시 아파트 거래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공인중개사는 "이미 세종시 아파트 가격이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민주당이 집권하면 더 오를 것으로 생각하고 구매를 문의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며 "헌법 개정이 쉽지 않은 게 변수지만, 수도 이전 계획이 발표된 뒤에는 늦기 때문에 지금 매수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개사는 "서울은 11·3 부동산 대책의 직격탄을 맞아 아파트 매매가가 급락한 데 반해 세종시는 그나마 행정수도 변수 덕분에 현상유지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선 주자의 수도 이전 공약이 위축된 지역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는 결정적인 호재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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