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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 [냉탕열탕 부동산]④'묶었다 풀었다' 혼돈의 재건축

'사업성' 관건…자금 여력 따라 양극화·갈등 우려 
사업시기 몰리면 전월세·매매시장 흔들 수도
행인의 외투를 벗기기 위한 해와 바람의 싸움. 바람이 몰아칠수록 오히려 옷깃을 여미던 행인은 따뜻한 햇볕이 들자 마침내 외투를 벗었습니다. 부동산 정책과 시장이 딱 그렇습니다. 시장은 정부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아 왔죠. 규제 완화 선물세트인 1·10대책은 시장의 숨을 터줄까요? 아니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불러올까요? 지금까지의 부동산 정책에 따른 시장 움직임을 되짚어 앞으로의 시장 반향을 조망해 봅니다. [편집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기를 반복했다. 안전진단이 재건축 사업의 시행 여부를 가르는 관문 역할을 하는 만큼 때로는 '공급정책'으로 때로는 '재건축 규제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의 해동을 위해 규제 완화책을 쏟아내면서 '안전진단' 문턱을 크게 낮췄다. 집값 급등으로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던 지난 정부가 내놓은 각종 규제 시계를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이어 아예 규제가 아닌 '재산권 행사 지원'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재건축·재개발로 주택공급 물량을 늘려 시장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한 1·10대책(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은 말 그대로 '공급규제 완화 및 수요 진작책'을 담았다. ▷관련기사 :재건축 '안전진단' 대못 뺀다(1월10일)

그러나 대못을 뺐다는 '안전진단' 규제 완화에 대한 시장 기대치는 크지 않다. 지난해 이미 상당부분 문턱을 낮춘 데다, 지금은 안전진단보다 '사업성'이란 더 큰 허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건설경기 악화, 인건비·자재비 인상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이 관건이다. 

결국 재건축 문턱을 넘어서도 '사업성'을 두고 단지 간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금이 부족한 소유주들의 경우 '희망고문'이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사회적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완화책을 기다리며 정비사업을 미뤄왔던 단지들이 대거 몰리며 공급 과잉에 따른 전세시장 혼란 등 시장 변동성을 급격히 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안전진단 규제VS완화/그래픽=비즈워치
안전진단 규제VS완화/그래픽=비즈워치

안전진단 규제 완화 '입장권'에 불과…관건은 '사업성'

앞으로는 준공 후 30년이 넘은 아파트 안전진단이 사실상 면제된다. 안전진단 시기를 뒤로 미뤄 재건축에 바로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1·10 대책에 담겼다. 안전진단은 사업시행인가 전까지만 받으면 된다. 이 같은 '재건축 패스트트랙'은 도시정비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법 개정이 되지 않아도 오는 6월까지 시행령을 손봐 사실상 '무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재개발·재건축 착수에 드는 시간이 줄고 사업비용 감축, 인허가 단계 간소화 등은 긍정적 효과로 기대된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총 1232만가구 가운데 1월 현재 준공된 지 30년을 넘긴 아파트는 21.2%인 262만가구다. 이 중 서울 서울에만 50만3000가구가 몰려있어 서울지역 아파트 4채 중 1채는 재건축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52만2000가구), 인천(19만9000가구) 등을 포함한 수도권에만 47%가 몰려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작년에 이미 안전진단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서 문턱이 낮아진데다 재건축 성패의 무게추가 '안전진단'이 아닌 '사업성'쪽으로 기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항목별 가중치 변화/그래픽=비즈워치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항목별 가중치 변화/그래픽=비즈워치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업계에서는 현재 재건축 가능성을 안전진단으로 보지 않고 시공사와의 공사 협상, 시공비 체감에 달린 것으로 보고 있어 사실상 정책 영향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안전진단을 앞둔 단지들은 시간단축이나 비용감축 등 긍정적 효과가 있겠지만 지난해 이미 기준을 낮춰 통과가 크게 어렵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진단 규제 완화가 '놀이공원 입장권을 나눠주는' 수준에서 그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원하는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그전엔 입장권을 선착순으로 팔았다면 이제는 입장권을 나눠줘 누구나 입장할 수 있게 한 것"이라며 "안전진단을 넘지 못했던 단지들이 대거 동일 선상에 서면 시행·시공사들의 선별 기준은 결국 '사업성'에서 갈려 우선순위가 밀리는 곳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성이 낮은 경우 가격상승 기대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재건축은 사업성이 낮으면 가격상승 기대감이 떨어져 사업자체가 활성화되기 어렵다"면서 "규제 완화로 사업기간을 단축하면 사업비용이 일부 줄어드는 효과는 있겠지만 현재 시장 상황이 재건축을 활성화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정책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푼 분담금…시장 양극화 조장 우려

관건은 사업성만이 아니다. 고금리 장기화, 경기 악화, 공사비 증가로 인해 소유주와 조합원들의 '자금 여력'도 문제다. 

서울 강북권 재건축 추진단지 중 사업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됐던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는 최근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했다. 분담금이 가구당 5억원대로 집값보다 높게 나타나면서다. 분담금 문제로 내부 갈등이 커지며 사업진행이 어려워진 데다, 재건축 추진동력이 떨어지자 매매가가 하락해 악순환 상태에 놓였다.

정비사업 공사비는 2년 연속 두자릿수 인상률을 기록 중이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정비사업 3.3㎡당 평균공사비는 687만5000원으로 전년(606만5000원) 대비 81만원(13.4%) 올랐다. 2021년 평균공사비가 518만7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2.5% 상승한 금액이다. 서울은 전국 평균보다 67만원(9.7%) 높은 754만5000원을 기록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부동산 시장 상황이 열악한 데다 추가 부담금이 높아지면서 단지별 사업성에 따라 사업속도에 따른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강남권 등 자금여력이 있는 지역의 경우 사업진행이 속도가 붙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속도차이가 발생하며 정비사업의 고질적 문제인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송승현 대표는 "사업성이 있는 지역도 분담금이 너무 크면 고령층이나 분담금 납부능력이 부족한 주민들 사이에서 오히려 상실감이나 박탈감이 커져 주민 갈등이 격화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무줄 규제 부작용, 시장 변동성만 키울 수도

가격 변동성을 낮추기 위한 정부 정책이 외려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내놓은 '표심 조준용' 정책이란 점도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송승현 대표는 "총선을 앞둬 '표를 주지 않으면 정책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공약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여·야·정과 시민이 모두 동의할 수 있어야 합리적 정책이라 할 수 있는데 각종 부작용에 대한 검토 없이 얘기되는 것은 오히려 시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리모델링 등 다른 가능성이 있는데도) 모든 노후 아파트가 재건축에 나서면 사회적 비용이 커지고 투기적 자본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어 지역 시세 교란 등에 대한 우려도 있다"며 "눌려있던 재건축, 재개발이 시기적으로 몰리면 공급 과잉과 이로 인한 이주가 대거 발생해 전세가격 불안정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건축 추진 단지 사이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윤 전문위원은 "단지별 특성에 따라 재건축, 재개발, 멸실 등이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규제로 한쪽을 풀고 조이면 시점이 한군데로 모이게 돼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면서 "인근지역에서 한꺼번에 멸실, 이주 등이 나타나면 전세, 월세, 매매까지 전체 시장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올해 2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으로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스트레스 DSR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누르기 위해 DSR 산정 시 실제 대출금리에 최대 3%포인트의 금리를 더 얹어 계산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제도다.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하락기 상황에서 투자수요 유입이 제한돼 부작용이 가시적이진 않은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 등으로 시장 상황이 반전하면 규제 완화책들이 가격상승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스트레스 DSR 등으로 인해 이전보다 레버리지효과를 높이기 어려워 어느 정도 제동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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